122보다 크고 124보다 작은 자연수이자 그 수를 나타내는 숫자 123은 로터스 소프트웨어(Lotus Software)에서 1983년에 개발한 스프레드시트 로터스 1-2-3(Lotus 1-2-3)용 파일 확장자이기도 하다. 수를 다룬다는 점에서 스프레드시트와 제법 어울리는 이 확장자에서 각 숫자는 각각 소프트웨어의 주기능인 스프레드시트 계산, 데이터베이스 관리, 그래프 생성을 가리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로터스 1-2-3은 사용자가 가장 많은 스프레드시트였으나 운영 체제 환경이 DOS에서 윈도우(Windows)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다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985년에 개발한 엑셀(Excel)에 자리를 내줬다. 당시 123에 담긴 각가지 회계 자료와 함수가 XLS로 옮겨지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로터스 1-2-3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 뒤 IBM은 로터스 소프트웨어를 합병했고, 오늘날 로터스 1-2-3은 프리웨어로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처음 숫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아마도 가장 먼저 다루는, 연이은 숫자 셋이 모인 까닭에 123은 그 자체로 기본이나 순서, 나아가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글이나 노래, 단행본이나 잡지 등 작품 제목 마지막에 붙어 그 용도가 교육이나 안내, 대상이 유아나 초보자임을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다. 복잡한 설명 없이 일견 제목과 무관해 보이는 단 세 글자만으로 작품의 용도와 대상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123은 비슷하게 기능하는 세 글자 ‘가나다’나 ‘도레미’, ‘ABC’만큼 유용하다.
한편, 공문이나 보고서, 계약서 등 주로 개조식으로 서술하는 글에서 123은 각각 나뉘어 순서대로, 또는 그 자체로 각 항목 앞에 붙어, 글의 용도나 맥락에 따라 차례에 병렬적, 연역적, 귀납적 등의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항목 수에 따라 1, 2, 3, 123 외의 숫자가 필요해진다.
웹에 한정해 123은 더러 ‘사랑해.’나 ‘보고 싶어.’, ‘동감이야.’, 또는 ‘멍청이’를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웹에서 123을 대했을 때 굳이 그 앞뒤 맥락이나 행간을 하나하나 따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까닭 모르게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받거나 멍청이로 놀림당하기만 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