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밀워키에서 활동한 신문 편집자 크리스토퍼 래섬 숄스(Christopher Latham Sholes)가 처음 고안한 타자기에서 자판의 배열은 알파벳순이었다. 하지만 친구인 제임스 덴스모어(James Densmore)에게 이 배열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속기하는 데 불편할뿐더러 무엇보다 가까이 있는 글자를 연이어 타자할 때 타자기의 글쇠가 서로 엉키곤 했던 것. 이를 고려해 자판을 다시 배열할 필요가 있었다.
정설로 여겨져온 쿼티 배열에 관한 이 이야기는 오늘날 진위를 의심받으며 정설에서 소문으로 바뀌었다. 크리스토퍼가 자판을 어떻게 다시 배열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어쨌든 쿼티 배열은 표준으로 인정받았고, 첫 개인용 컴퓨터 키보드의 자판을 거치며 오늘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배열이 됐다.
자, 당신이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키보드 자판에서 F와 J에 솓은 돌기에 두 손 검지를 올려놓자. 이로써 현대인 대부분이 컴퓨터를 대하는 기본 자세가 완성됐다.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돌기 두 개를 일종의 점자 삼아 자판을 보지 않고 다른 글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이때 왼손 소지에서 약지를 거쳐 중지까지 그 아래에 있는 ASD는 가장 타자하기 쉬운 까닭에 오늘날 컴퓨터 환경에서 갖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예컨대 사용자명에서는 사용자명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냉소적 태도를 드러내고, 채팅에서는 상대방에게 할 말이 없거나 아무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채팅을 해본 사람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이를 위해 ASD만 타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따금 ASD에 관해 누군가 쓴 글의 제목이 되기도 할 테다. 그런데 그 글로 구구절절 이야기할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