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민구홍이 운영하는 1인 위키다. 겉보기에는 사전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소개와 일지, 주석과 기록이 뒤섞인 장소다. 처음에서 이미 말했듯, 이곳은 끊임없이, 이따금 자폐적으로 중얼거리는 곳이다.
나는 이곳을 공개적인 비밀을 공개하는 공간으로 삼을까 한다. 비밀은 숨겨야 한다는 통념과 달리, 이곳에서는 드러남으로써 다른 성격을 얻는다. 물론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없다. 공개했을 때 내게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비밀만이 여기에 기록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단순한 홍보 수단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설명하고 변주하고 갱신하는 과정을 외부와 공유하는 장치다.
공개할 수 있는 비밀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이를테면, 번역 과정에서 단어 하나를 놓쳐 엉뚱한 문장이 생겨났던 일. 출판 과정에서 원고 파일을 잃어버려 하루 종일 되살려야 했던 일. 강좌에서 학생에게 설명하다가 내가 더 배우게 된 순간. 이런 것들은 실수이자 시행착오이지만, 기록되는 순간 다시 내 작업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또한, 내가 특정 웹사이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코드를 왜 선택했는지 같은 뒷이야기 역시 외부에는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비밀이다.
이 위키는 ‘빠르게 고치고 천천히 쌓이는’ 글쓰기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하나의 단어가 다른 단어와 연결되며, 웹사이트, 글쓰기, 민구홍 매뉴팩처링, 새로운 질서, 조조, 까닭 같은 항목이 뜻밖의 맥락을 만든다. 이 연결망은 완결된 체계가 아니라, 계속해서 자라나는 미완의 자기소개다.
따라서 이곳은 기록 도구일 뿐 아니라 공개와 비밀의 경계를 시험하는 무대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방식이 곧 이곳의 정체성이 된다. 이곳은 비밀을 보호하는 대신, 비밀을 어떻게 드러낼지 실험하는 장소다.